나의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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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지난 3월7일이 기형도가 죽은지 13주년이라구..[기준시점:2003.3.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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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있거라
*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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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마구 비틀거리는 겨울이었네
그때 우리는 섞여 있었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지만
너무도 가까운 거리가 나를 안심시켰네.
*
모든것이 나의 잘못이었지만
벗어둔 외투 곁에서 나 흐느꼈네
어떤 조롱도 무거운 마음 일으키지 못했네
나 그 술집 잊으려네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네
그토록 좁은 곳에서 나 내사랑 잃었네
<그집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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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새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듯이 사랑을 찾아 헤메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질투는 나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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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한번이라도 본사람은 모두
나를 떠나갔다. 나의 영혼은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이다
*
나는 기적을 믿지 않는다
<오래된 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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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허겁지겁, 스스로의 명령에 힘을 넣어가며

나는 인생을 증오한다.
<장미빛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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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눈깨비 쏟아진다, 갑자기 눈물이 흐른다, 나는 불행하다
*
<진눈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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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때로 죽은 자들에게 나를 빌려주고 싶을 때가 있다
*
<흔해빠진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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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나이보다 젊은 만 29살로 생을 마감한,
생전에 시집한번 못내본 시인(?) or 기자.
한국에서 제일 잘팔리는 시집중에 하나가 되버린 유고시집 "입속의 검은잎".
만약에 그의 극적인 죽음이 없었다면 과연 그의 이름이 남아있을까?

중앙일보 편집부 수습 시절에,
그는 '뇌졸증'인가 '뇌졸중'인가, 또 ' 내출혈'인가 '뇌출혈'인가를
친구에게 물었다던 그는
결국 뇌졸중으로 죽었단다.

동성연애자의 짝찾기 무대라는 파고다극장에서
[주인석의 소설중에서는.. "시라노 드 벨주락"란 심야영화라고 나오지만, 실제로은 뽕시리즈던가 국산 에로영화였다고 함]
29번째 생일을 엿새 앞두고 새벽녁에 사체로 발견되었다기에
미묘한 의혹이 일기도 했다.

살아생전에 사랑받지 못한 그는
죽음이후에 신화가 되었다.

3월에 죽어 5월에 유고시집 "입속의 검은 잎"이 출간되고
이후 산문집도 발간되고, 추모집도 나오고,
곧 전집과 연구서도 나온다고..
다분히, 죽은자를 파먹는 상업주의의 냄새가 풍기기도 한다

그를 처음으로 평가해줬던 김현은(이양반도 이미 갔지만)
그의 시를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이라 몀명했다.
밑빠진 독처럼, 희망의 의지조차 없는 비관주의라고...
허나, 죽지않고 나이를 먹어가면서도 과연 그 비관을 유지할수 있었을까?

그의 대표작이라 꼽히는 "빈집"이
"파리여 안녕"이란 번안시의 표절이란 의혹을
그의 대학시절친구 성석제는 소설에서 언듯 내비치기도 했다
(아마 성석제로서는 기형도가 요절한 천재시인처럼 비치는게 못내 꺼림직했던듯)

그럼에도 기형도의 시를 좋아하는 건, 그가 안타깝게 요절한 천재시인이여서가 아니라..
우리가 가끔씩 느끼는 절망을, 누군가가 절실하게 대리해줬기에..
그 절실함이 죽음으로 증거되었다고 믿고싶기에..
그의 절망이 우리의 희망이라 위안하기에..

* "질투는 나의힘"이란 시를 제목으로 삼은 영화(박해일,문성근,배종옥주연, 박찬옥감독)가 곧 개봉된다하네...
[ 이 영화를 남산 감독시사회에 가서 관람함- 꽤 괜찮은 영화였지만... 마지막씬을 잘못처리한듯... 감독의 말을 들어보니, 찍다보니...문성근이란 배우의 카리스마에 자기도 모르게 처음의도에서 약간 빗겨갔다고 함 : 흥행엔 참패한듯
박찬옥감독이 홍상수감독의 조감독이었다고 함.... 비슷한듯하면서도 여성특유의 세심함이 느껴짐]
by 벌레 | 2003/03/12 20:22 | 몽중설몽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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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woody79 at 2005/04/21 23:58
질투는 나의 힘 이란 영화 저도 물론 봤지요,,,
묘한 매력이 있어요,,, 기형도는,,, 어렵기도 하지만요,,,
국문과지만 시를 잘 몰라서요^^
글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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