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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검게 결빙된 도시가 빙산처럼 떠 다니는 곳.
성냥팔이 소녀, 그 소녀가 또 다시 재림했나?

눈발이 자갈처럼 쏟아지고.
소녀의 바구니 가득, 빨간 라이터, 파란 라이터, 찢어진 라이터,
라이터 사세요, 라이터요, 아저씨, 정말 성능 좋은 라이터에요.
무심코 지나가는 ... 사람들...쾅, 쾅, 닫히는...문들...
아저씨 추워요, 제발 하나만 사주세요.
로보트 같은 아저씨의 얼굴, 갈 길은 바쁘고.
아저씨 제발 하나만...
로보트의 입 주위가 찌그러지며, 이, 년, 정, 말, 끈, 질, 기, 군.
성냥팔이 소녀. 온몸이 얼어붙어.

아가야, 그런 장사 말고 먹는 장사를 해봐.
성냥팔이 소녀 온 몸이 얼어붙어.
흰 눈 위에 엎질러진 빨간 라이터, 파란 라이터, 찢어진 라이터.
아가야, 거기는 내 차가 주차해야 된단다. 좀 비켜주련.
너 여자애구나. 가엾기도 하지.
라이터 두 개 사줄게 네 몸을 주지 않으련?
성냥팔이 소녀 온 몸이 얼어붙어.

손이라도 녹여야지. 빨간 라이터를 켜봐,
바람이 몹시도 불어 자꾸만 불꽃을 앗아가네.
라이라사세여어. 입이 얼어붙어 말도 잘 나오지 않네.
난 지포라이터만 고집해.
라이라사세여아씨.
어머, 이 여자애 말도 못하는 병신이네.
이엔배가고아서더이상옥걷게서요.

그럼 라이터 가스라도 마셔봐, 질 좋은 부탄가스지.
배고픈 성냥팔이 소녀 눈 속에 한 쪽 뺨을 묻고, 부지런이 가스를 마신다.
느리게 흐르는 검은 빙산.
몸이 점점 따뜻해져요.
흰 눈 위에 하나 둘 씩 버려지는 빨간 라이터, 파란 라이터, 찢어진 라이터.
배도 부르고,
엄마, 아빠, 봄이에요.
봄이 벌써 왔어요.
사람들이 모두다 행복해 보여요.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워 보여요.
눈발이 유리조각처럼 뺨에 박히고 환각의 도시는 탐스럽게 흔들리며,
앵벌이 소녀의 즐거운 웃음은 그칠 줄 모르네.

하얀 발자욱따라 꽃잎처럼, 흩어진, 다 써버린, 빨간 라이터, 파란 라이터, 찢어진 라이터.
도시는 녹아 검게 질퍽거리고,
소녀의 몸을 안고 싶은 구부정한 중늙은이 하나가
식식거리며 거리를 배회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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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끝나고, 그간 숨죽이던 대작들이 개봉해대고 있는데...
장선우의 "성냥팔이소녀의 재림"도 이달 말에 개봉한다구
김정구(독립영화감독)의 애처로운 시(위)를 읽고 영감을 얻어서
꽤 오랜기간동안 꽤 많은 돈을 들였데고,
장선우란 이름값으로도, TTL소녀 임은경의 데뷔작이라는 점에서도 
많은 관심을 끌었던 영화이긴한데....요즘 동향을 보니 쪼끔 불안해뵌다.

그렇긴 해도, 모티브인 시가 재밌어보인다.....
재림이란 단어의 어감상,
라이타파는 앵벌이 소녀가 우리가 나날이 살아가는 탐욕의 도시를 그나마 버텨가게하는 하는 속죄양이란 설정인듯.... 
예수란 사나이가 세상사람들의 죄악을 대속했다는 신약의 구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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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 결국 영화는 망했다...-나역시 아직껏 보지 못했다-
장선우에게는 블록버스터의 공멸을 자초했다는 책임론까지 대두되었다)

by 벌레 | 2002/08/15 14:25 | 몽중설몽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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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woody79 at 2006/02/20 21:01
2주전인가 케이블에서 하던 '성소'가 기억나서 글을 봤는데, 2002년 8월 15일에 쓰신글이에요? 아직 개봉하기 전 아니었나?
Commented by 벌레 at 2006/02/21 00:29
예.. 다른 게시판에 개봉전에 썼던글을 옮겨오면서 후기는 나중에 첨가한 거네요
영화는 아직도 못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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